[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혈당을 관리할 때 잡곡밥이나 현미밥은 흰 쌀밥보다 당지수가 낮아 잡곡밥을 섭취하는 걸 추천합니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가 흰 쌀밥을 먹을 수 있게 하는 여러 제품이 생겼는데, 제품의 효과를 맹신하기보단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장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오히려 흰 쌀밥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흰 쌀밥보다 잡곡밥, 현미밥이 좋다고 말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잡곡밥을 해 먹는 사람이 늘고, 다이어트를 위해 현미밥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다이어트를 하거나 혈당을 관리하고 있을 때 흰 쌀밥은 왜 안 좋을까요? 그리고 무조건 흰 쌀밥은 피해야 하는 식단 중 하나일까요?
1. 혈당과 당지수
혈당을 관리할 때 잡곡밥이나 현미밥이 흰 쌀밥보다 좋은 이유는 바로 당지수 때문입니다. 식품의 당지수는 탄수화물이 함유된 식품을 먹은 뒤 얼마나 혈당을 빨리 오르는지 측정해 숫자로 나타낸 것인데요. 단순 포도당 50g을 먹었을 때의 혈당 상승 속도를 100으로 정하고, 특정 식품의 당질(탄수화물)을 50g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 혈당 상승 속도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포도당 반응이 빠르다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 70 이상이면 높다, 55보다 낮으면 낮다고 표현합니다. 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혈당이 서서히 오르며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거나 분비능이 감소하여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혈당이 오르는 병이기 때문에 혈당이 서서히 오르는 것이 혈당 조절에 더 도움이 됩니다. 현미밥의 당지수는 55이고 흰쌀밥은 86입니다. 같은 양을 먹었을 때 현미밥이 흰쌀밥보다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현미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장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을 먹는 것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흰 쌀밥을 많이 먹을수록 당뇨병이 발생한 위험성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3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흰 쌀밥을 158g씩 더 섭취할수록 당뇨병 위험은 10%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백미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백미를 잘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55% 높았습니다.
2. 당지수의 함정
흰 쌀밥이 현미밥에 비해 당지수가 높기 때문에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것은 맞지만, 당지수만으로 식품의 효능을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당지수는 사람들이 각 식품을 섭취하는 양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당지수를 구할 때는 ‘모든 음식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양이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마다 포함한 탄수화물 양도, 먹는 양도 모두 다릅니다.
수박을 예로 들면, 수박은 당 지수가 70 이상으로 높은 수치지만 당 지수대로 수박에 있는 탄수화물 50g을 섭취하려면 적어도 수박 한 통 이상을 먹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수박을 한 번에 이만큼 먹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당 지수는 먹는 양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등장한 개념이 당부하지수입니다. 당지수에 1회 섭취 분량에 함유된 탄수화물 양을 곱하면 당부하지수가 됩니다. 수박을 다시 예로 들면 당 지수는 72지만 당부하지수는 4이며, 당 부하지수가 10 이하일 때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는 뜻이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흰 쌀밥의 당 지수는 현미밥과 비교했을 때 다소 높은 편이지만 1회 섭취량을 줄이면 당부하지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작은 밥공기를 사용하여 애초에 담는 양을 줄이거나 의식적으로 밥공기의 ⅓-½ 만 먹는 습관을 들여 먹는 양 자체를 줄이면 당부하지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당뇨병이 있더라도 흰 쌀밥을 즐길 수 있습니다.
3. 당뇨병 환자를 위한 흰 쌀밥
양을 줄이는 것 이외에도 당뇨병 환자가 흰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다른 방법들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기능성 흰 쌀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슐린 대체제인 ‘바나듐’이 함유된 ‘바나듐 쌀'도 있고, 오대쌀로 만든 혈당 강하 쌀도 혈당 조절 기능성 쌀 인증을 받아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흰 쌀밥의 당질 함량을 줄여 준다는 저당 밥솥도 있습니다. 밥을 지을 때 전분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원리로,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당질이 줄어든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질이 줄어든다고 해서 체중감량이나 혈당 조절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품의 효과를 과신하지 않고,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4. 흰 쌀밥을 먹어야 하는 당뇨병 환자
일반적으로 흰 쌀밥이 현미밥이나 잡곡밥보다 당지수가 높기 때문에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 잡곡밥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신장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잡곡밥보다 흰 쌀밥을 먹는 게 좋습니다. 현미나 보리 등의 잡곡은 칼륨과 인 등의 무기질 함량이 높아 신장 기능이 약해져 배설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장에서 인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가려움증이나 관절통이 생기며 뼈가 약해집니다. 따라서 만성 콩팥병증 등 신장 합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라면 오히려 잡곡밥 섭취를 자제하고 흰쌀밥을 먹되 혈당이 많이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식습관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극단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스트레스로 인해 식탐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으며, 먹는 양을 과도하게 줄여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골다공증, 근감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보다 규칙적으로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며 설탕이나 액상과당과 같은 당류를 피하고 양질의 탄수화물을 적당량 챙겨 먹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흰 쌀밥을 무조건 피하기보단 1회 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이 풍부한 육류, 그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류를 반찬으로 곁들이면 포만감이 오래가 식사량을 조절하기가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