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음식을 먹는 시간에 제한을 두는 다이어트 방식입니다.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혈당 수치 변화의 폭을 작게 만들어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줍니다.
혈당 수치가 불안정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무작정 시행하기 보단 어떤 음식을 얼만큼 먹을지 사전에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제한 다이어트(Time Restricted Diet, TRF)를 아시나요? 최근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간헐적 단식, 시간제한 다이어트, 저탄고지 등 다양한 식이요법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간헐적 단식과도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정확히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당뇨병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1. 시간제한 다이어트란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음식을 먹는 시간 범위에 제한을 두는 다이어트 방식입니다. 그래서 24시간 중 정해진 일정 시간 동안만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 섭취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정하면, 이 시간 동안에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3주 간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을 때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게 한 결과,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가 깨어 있는 동안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먹었다고 합니다. 특히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에 많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했으며,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잠들기 2시간 전까지도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음식을 먹는 시간의 범위가 줄어들면 그만큼 하루 동안 먹는 양이 감소하여 체중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먹는 시간에 제한을 둔다는 것만 봤을 때는 간헐적 단식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제한 다이어트와 간헐적 다이어트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대표적으로 ‘16대 8단식' 방식이 있는데 식사 시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섭취 칼로리도 제한을 두기 때문에 오히려 영양학적으로는 칼로리 섭취 제한 식사와 유사합니다.
반면에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먹는 시간에만 제한을 둘 뿐,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만일 스스로 정한 시간 동안 과일, 채소, 고기 등 양질의 영양성분을 갖춘 음식을 적당량만, 골고루 먹는다면 체중 감량 효과는 더욱 크겠지만,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제한을 둘수록 일반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간제한 다이어트 방법은 섭취 칼로리까지 제한하는 간헐적 단식에 비해 쉽고 간단해서 누구나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 시간제한 다이어트와 체중감량
다이어트의 필수 요건이라고 여겨지는 운동과 식이요법 없이 시간대만 조절하면 살이 빠진다는 개념은 기존 다이어트와 사뭇 다르며, 실천이 쉽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천이 어렵지 않은 것 외에도, 생체리듬이 어긋나면 비만이나 대사 증후군 등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데,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통해 우리의 몸이 점점 일정 시간에만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면 생체리듬이 일관적으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먹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면 음식을 먹지 않는 나머지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또 일반적으로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하면, 오전부터 저녁 식사 시간 정도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야식을 절제할 수 있게 되어 평소 야식을 종종 먹었던 사람이라면 특히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제한 다이어트는 정말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까요?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스페인에서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참여한 420명을 대상으로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점심을 조금 일찍 먹는 그룹과 늦은 시간대에 먹는 그룹으로 나눈 결과, 점심을 3시 이전에 먹은 그룹이 3시 이후에 먹은 그룹에 비해 체중을 2kg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시간제한 다이어트가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먹는 시간대를 앞으로 당기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그러나 최근에는 시간제한 다이어트가 효과가 없다는 반박도 제기됐습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 139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체중 감량 효과를 관찰한 결과,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체중 감소 차이는 크게 없었습니다.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한 그룹은 1년 동안 6.4~8.2kg을 감소했지만,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그룹은 6.4kg이 감소했습니다. 또한, 두 그룹의 체질량 지수(BMI), 허리둘레, 혈압, 인슐린 저항성, 체지방의 지표에서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었습니다.
3. 시간제한 다이어트와 혈당 조절
반면에 시간제한 다이어트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연구 참가자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3주간 첫 번째 그룹은 10시간, 두 번째 그룹은 14시간의 시간제한 식이요법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는데 참가자들의 혈당이 정상 범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하루에 약 3시간씩 늘었으며, 특히 단식 기간이 10시간으로 설정된 첫 번째 그룹의 경우 공복 혈당이 더 낮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최근 나온 다른 연구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 일반적인 식사 패턴을 따를 때보다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따를 때 혈당 수치 변화의 폭이 작아지고 혈당 수치가 이상 범위에 머무는 시간도 줄어들었으며, 당화 혈색소 수치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식사와 관련하여 시간적 요인이 당뇨병의 관리를 위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혈당 수치가 불안정한 당뇨병 환자는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시행하기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어떤 음식을 얼만큼 먹을지 제한이 없다는 것이 시간제한 다이어트의 장점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환자라면 어떤 음식을 얼만큼 먹을지 스스로 제한을 두어야 합니다. 낮에 떡볶이를 잔뜩 먹고 공복시간을 길게 유지한다고 해서 혈당 조절에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는 공복 시간이 길 경우 저혈당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공복시간이 최대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할 수 있는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적절한 간격으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양질의 식사를 하고, 저녁 7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공복을 유지하되 지속적인 혈당 수치 관찰과 스스로의 몸 상태, 그리고 혈당 조절 상태 등을 판단해 공복을 유지해야 하는 새벽이라도 저혈당을 감지하면 반드시 포도당이나 간식을 섭취하고, 평소 자신의 혈당 조절 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복 시간을 길게 가져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고, 저녁부터 자는 시간 동안에는 금식하면 다이어트가 된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다이어트의 핵심은 결국 무엇을 얼만큼 먹었나 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낮에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고 야식을 먹지 않았다고 해서 다이어트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체중 감량에도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제한 다이어트도 결국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다이어트 상식처럼, 늦은 저녁 시간에 먹지 않고 활동하는 낮에 양질의 건강한 식사를 적당량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