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많이 든 탄수화물은 혈당을 빠르게 높여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게 만들고 다시 공복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설탕처럼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은 중독과 관련되어 있는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합니다.
식단을 구성할 때 ’좋은 탄수화물’을 포함한 단백질과 지방과 같은 3대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30대 직장인 A 씨는 탄수화물의 유혹을 이겨내느라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출근길에는 버스 정류장 앞 노점상에서 파는 토스트와 호떡 냄새가 A 씨를 유혹하고, 나른한 오후에는 달콤한 간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퇴근길에는 회사 앞에서 파는 떡볶이를 먹는 인파에 끼고 싶기도 하고 간단하게 라면이라도 먹고 집에 가자는 동료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잠들기 전 내일부터 반드시 다이어트를 하리라 다짐하지만, 뽀얀 탄수화물의 유혹은 그만큼 떨쳐내기 힘듭니다. 행복은 탄수화물에서 온다는 누군가의 농담처럼 빵이나 과자, 라면 등 종종 생각나고 질리지 않는 음식은 다 탄수화물 함유량이 많습니다. 정말 탄수화물에도 중독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건강한 식단을 만들 수 있을까요?
1.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
탄수화물은 지방, 단백질과 함께 음식의 세 가지 주요 영양소로, 세 가지 영양소는 각각 인체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탄수화물은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영양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일반적으로 총에너지 섭취량의 55-65%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탄수화물은 당의 결합수에 따라 단순당, 올리고당, 복합당(다당류라고도 불림)으로 분류합니다. 단순당에는 단당류와 이당류가 있는데, 단당류는 당 분자가 1개로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상태이며 포도당, 갈락토스, 과당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당류는 단당류 2개가 합쳐진 형태로 설탕(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 맥아당(엿당이라고도 부르며 포도당+포도당), 유당(포도당과 갈락토스로 구성)이 있으며, 3개~10개의 단당류가 결합한 상태인 올리고당류는 천연 식품에 포함되어 있는 양이 아주 적어 대부분 인공적으로 생산한 물질입니다. 복합당은 당이 수천 개 이상 결합하여 있는 상태로 녹말이나 식이섬유 등을 가리킵니다.
단당류나 이당류인 단순당은 인체에서 빨리 분해되고 흡수되어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빨리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혈당을 빨리 높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먹으면 당뇨병이나 비만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올리고당이나 다당류인 복합당은 소화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인슐린이 안정적으로 분비될 수 있게 해 그만큼 혈당도 천천히 오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먹고 있는 쌀과 같은 곡류나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 감자 같은 줄기채소 등은 대부분 복합당 식품이지만 설탕, 액상과당, 과일 등은 단순당입니다. 그리고 복합당인 곡류 중에서도 완전히 정제된 흰쌀의 경우에는 소화과정에서 단순당으로 빨리 바뀌기 때문에 현미 쌀이나 잡곡처럼 정제가 덜 된 곡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탄수화물 중독
과거에 비해 자극적이고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단맛 중독', 이른바 탄수화물 중독, 에 빠진 현대인들이 많습니다. 탄수화물 중독이란 끊임없이 탄수화물 특히, 단 음식을 찾는 것을 말하는데,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탄수화물 식품을 계속 찾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간단한 문항으로 구성된 탄수화물 중독 자가 진단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4~6개면 탄수화물 중독 위험 단계이고, 7개 이상이면 탄수화물 중독증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생활 습관이 바로 필요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탄수화물도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중독될 수 있는 물질일까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설탕이 듬뿍 든 케이크, 액상과당이 든 탄산음료, 떡볶이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소화가 쉬워 그만큼 혈당을 빠르게 높입니다. 혈당이 빠르게 오르면 혈당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인슐린은 공복감을 느끼게 만들어 결국 또 달콤한 음식을 찾게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설탕처럼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은 중독과 관련되어 있는 뇌의 특정 영역을 자극합니다. 탄수화물 중독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도 여럿 있습니다. 12명의 과체중 남성에게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밀크쉐이크를 마시도록 한 뒤 뇌 스캔을 시행했습니다. 두 가지 밀크쉐이크는 칼로리가 동일했지만 하나는 빨리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더 많이 함유했고 다른 하나는 천천히 소화되는 탄수화물로 만들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많이 포함한 밀크쉐이크를 마신 군의 혈당이 빠르고 치솟았다가 4시간 후 정상화되었고, 그 기간 동안 뇌 스캔에서 중독과 관련된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케이크와 같은 특정 음식이 중독성이 있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탄수화물 중독 현상’이 과장되었다고 말합니다. 위의 연구에서도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나타난 뇌 영역의 활성화가 모든 인구에게 보이는 공통된 현상인지, 아니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많이 포함한 음식이 잠재적으로 과식을 부채질하는 방향으로 인간의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중독의 가능 여부를 떠나, 설탕이나 액상과당과 같이 빨리 소화되는 ‘나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되고, 에너지로 쓰고 남은 잉여 포도당은 지방 세포에 저장되어 살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과 비만의 지름길이 되기 때문에 중독 여부와 상관없이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절하고 특히 단순당을 포함하는 탄수화물은 줄여야 합니다.
3. 올바른 탄수화물 섭취방법
그렇다면 당뇨병이나 비만 예방을 위해 탄수화물은 최소한으로만 섭취해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뇌, 적혈구와 같은 조직의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매일 적당량의 섭취는 필수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성인의 경우, 중추신경계와 근육 등 조직의 에너지 필요량을 고려하여 하루에 150mg을 최소한의 탄수화물 필수 섭취량으로 규정합니다. 한 가지 영양소만을 선택적으로 섭취하거나,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결핍과 불균형을 낳아 결코 몸에 좋지 않습니다.
식단을 구성할 때 탄수화물을 얼만큼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나쁜 탄수화물’은 피하고 몸에 이로운 ‘좋은 탄수화물’을 먹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좋은 탄수화물’은 일반적으로 입에 넣었을 때 바로 단맛이 느껴지지 않고, 섬유질이 많아 오래 씹어야 하는데, 오래 씹어야 은은한 단맛이 나는 잡곡밥이나 당분이 낮은 과일 등이 대표적인 ‘좋은 탄수화물’입니다.
되도록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 외에 조금씩 자주 먹는 식습관도 ‘나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한 번에 먹으면 그만큼 탄수화물 섭취량도 늘어나 혈당이 빠르게 오릅니다. 반대로 적은 양의, ‘좋은 탄수화물’을 자주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도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탄수화물 외 다른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3대 영양소의 이상적인 섭취 비율은 탄수화물 55~60%, 단백질 20~25%, 지방 15~20% 정도입니다. 단백질과 지방을 골고루 섭취하면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일 수 있고, 고기와 두부 같은 단백질이나 견과류 같은 지방은 탄수화물에 비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단백질과 지방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의 집이나 사무실에도 과자나 탄산음료가 가까이 있나요? 나쁜 식습관을 버리기 위해 일단 몸에 안좋은 음식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그 다음 과자나 음료수 대신 고구마를, 혹은 두유를 먹는 것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혈당 건강을 위해서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하고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식습관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Lennerz BS, Alsop DC, Holsen LM, et al. Effects of dietary glycemic index on brain regions related to reward and craving in men. Am J Clin Nutr. 2013;98(3):641-647. doi:10.3945/ajcn.113.064113 Lennerz BS, Alsop DC, Holsen LM, et al. Effects of dietary glycemic index on brain regions related to reward and craving in men. Am J Clin Nutr. 2013;98(3):641-647. doi:10.3945/ajcn.113.06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