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먹는 라면과 밤에 먹는 라면, 뭐가 더 혈당을 높게 하나요?

낮과 밤에 먹는 음식의 혈당 차이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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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9, 2025
낮에 먹는 라면과 밤에 먹는 라면, 뭐가 더 혈당을 높게 하나요?

[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1.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상황에 따라 혈당이 더 오르는 경우가 다른데, 대부분의 경우 같은 음식을 먹을 때 저녁에 혈당이 더 오릅니다.

  2. 밤에 먹은 야식은 아침이나 낮의 혈당 관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밤에는 교감신경계가 활동하지 않고 글루카곤이 분비되지 않아 음식을 먹게 되면 쉽게 살이 찌게 됩니다.

평소에 우리가 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 식사 메뉴가 구분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아침이나 점심 식사 메뉴로 꺼려지는 음식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치킨이나 삼겹살 같은 메뉴들이 주로 그러한데요. 특히 우리는 배달 문화가 발달하여 있어 늦은 시간 야식으로 치킨이나 족발과 같은 음식을 배달해 먹기도 쉽습니다. 주로 저녁에 이런 음식들을 먹어서 밤에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우리 몸속의 다양한 작용들이 있습니다.

살이 찌는 것 뿐만이 아니라 혈당도 낮과 밤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요. 점심에 라면을 먹는 것과 저녁에 라면을 먹는 것 중에 언제 혈당이 더 높을까요? 그리고 왜 그런걸까요?

1. 낮과 밤의 혈당 차이

같은 음식을 먹을 때, 낮과 밤의 혈당 반응이 다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었더라도 상황에 따라 낮에 혈당이 더 오를 수도 있고 밤에 혈당이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저녁에 혈당이 더 오르는 경우는, 저녁에는 일상적인 활동이 감소하고 휴식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점심때 먹고 높아진 혈당이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떨어지지 않는 “황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같은 음식을 먹어도 저녁에 혈당이 더 오르는 원인이 됩니다. 이미 혈당이 상승한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여 혈당이 더욱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황혼 현상을 겪는 환자는 2형 당뇨병 환자 중 약 30%에 달했습니다.

반대로 낮, 또는 아침에 혈당이 더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아침 식사는 수면이라는 긴 금식 기간 후에 식사하게 되고, 빵이나 시리얼 등을 먹을 경우 탄수화물 중심으로 이루어져 소화와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습니다. 반면 저녁 식사는 치킨이나 삼겹살과 같이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지방과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소화에 더 긴 시간이 걸리며, 이로 인해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2. 야식이 혈당관리에 미치는 영향

저녁에 먹은 식사가 혈당을 많이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혈당 관리에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밤에 먹은 야식도 아침이나 낮의 혈당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늦은 밤까지 일을 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야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한 연구에 따르면 야식을 자주 먹는 습관이 포도당 과민증을 부를 수 있다고 하는데요. 포도당 과민증은 혈당이 높은 데도 포도당이 체내 조직으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늦은 밤에 음식을 먹으면 24시간 주기로 맞춰진 중앙 생체시계와 주변 생체시계 사이 교란이 생겨 포도당 과민증은 부르며, 아침이나 낮 시간의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천천히 떨어지게 만듭니다. 야간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2형 당뇨병이 많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저녁에 먹으면 살이 찌는 이유

흔히 밤에 먹으면 살이 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녁에 주로 살이 찌는 음식을 늦은 시간까지 먹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어도 낮보다 밤에 먹었을 때 살이 더 찌는 걸까요?

정답은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밤에 먹으면 더 살이 찐다 인데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먼저 신경계의 작용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있습니다. 교감신경계는 신체를 활성화시키고 부교감신경계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낮에는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신체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교감신경계가 주로 작동하지만 밤이 되면 긴장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부교감신경계의 활동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때 야식을 먹으면 에너지를 축적하는 부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지방 축적이 활발해져 살이 쉽게 찌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낮과 밤에 분비되는 호르몬의 차이입니다. 보통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함께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데, 섭취한 탄수화물이 너무 많으면 초과된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해 지방조직에 저장해둡니다. 하지만 낮에는 지방 분해를 자극해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글루카곤이 함께 분비되기 때문에 먹은 음식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하는 글루카곤이 밤에는 분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음식을 먹어도 밤에는 글루카곤이 분비되지 않아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하는 인슐린만 활동하기 때문에 지방 전환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밤에는 낮처럼 활동량이 많지 않아 절대적인 칼로리 소비도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밤에 음식을 먹으면 섭취하는 족족 지방으로 전환돼 살이 찌기 쉬운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취향과 입맛의 차이를 넘어 우리 몸속 다양한 기능들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른 아침 간단하고 빠르게 먹기 위해 선택한 식빵 한 장과 오렌지 주스가 하루 종일 혈당을 높게 만드는 주범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는 TV 채널을 보며 한 주를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한 치킨과 맥주 한 잔이 쌓여 복부비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끔 한 번씩 혈당 관리에 좋지 않은 선택을 하고 과식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의 적은 노력으로 꾸준하게 만들어 낸 좋은 습관이 중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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