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는 당뇨병 아니었는데 혈당 수치가 높나요?

공복 혈당 수치와 고혈당에 대해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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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8, 2024
건강검진에서는 당뇨병 아니었는데 혈당 수치가 높나요?

[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1. 당뇨병은 아니지만 잦은 고혈당이 나타나거나 공복혈당이 높은 경우 당뇨병 전단계를 의심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2. 고혈당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고 감염성 질환에 걸려 합병증으로 인해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간 이어지는 고혈당 자체만으로도 각종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 습관을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뇨병이나 당뇨병 전단계의 진단은 보통 8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한 후 채취한 혈액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자가혈당측정기(BGM)나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통해 누구나 쉽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병원에서의 정확한 진단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높아진 혈당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소 건강검진을 통해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인 것을 확인해서 당뇨병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간혹 고혈당인 상태를 확인하고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당뇨병이 아니어도 고혈당이 올 수 있을까요?

1. 당뇨병 전단계와 고혈당

일반적으로 8시간 이상 금식한 상태에서 측정한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포도당 75g을 물에 녹여 5분 이내에 마신 후 2시간 뒤 혈당을 측정하는 경구당부하검사에서 혈당이 200mg/dL 이상일 때, 또는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가 6.5% 이상인 경우를 당뇨병으로 진단합니다. 또 소변을 많이 보거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체중감소와 같은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식사와 무관하게 혈당을 측정했을 때 200mg/dL 이상이어도 당뇨병으로 진단합니다.

그런데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잦은 고혈당이 나타나거나 공복혈당이 높은 단계가 있는데요. 이 경우 당뇨병이 되기 바로 직전의 단계인 당뇨병 전단계일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전단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먼저 공복혈당이 100~125mg/dL인 경우를 공복혈당 장애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은 공복혈당을 측정하는데, 공복혈당이 100mg/dL 미만이면 정상, 이보다 높은 값이지만 당뇨병은 아닐 경우(100~125mg/dL)를 공복혈당 장애에 의한 당뇨병 전단계라고 합니다. 그리고 식후 2시간 뒤 측정한 혈당이 140~199mg/dL 사이에 있는 경우를 내당능장애라고 합니다.

건강검진으로는 공복혈당만 측정하기 때문에 식후 혈당의 변화를 잘 모를 수 있지만, 공복혈당이 정상이어도 내당능 장애가 있으면 당뇨병 전단계입니다. 따라서 식후 2시간 뒤에 측정한 혈당이 140~199mg/dL 사이 있다면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음식을 섭취한 뒤 탄수화물이 당으로 바뀌어 혈액으로 유입되는 것에 반응하여 인슐린이 빠르게 분비되는 초기반응(1st phase reaction)이 잘 일어나야 하는데 당뇨병으로 진행되면 이러한 반응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발병 초기에는 늦게라도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혈당을 낮춰 정상에 가깝게 만들 수 있지만 점차 췌장의 기능이 손상되면 잠시 혈당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혈당 상태에 놓이는 당뇨병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2. 질병과 고혈당

내당능장애가 없더라도 일시적으로 고혈당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소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질 수 있고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나 많은 양의 당류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노출되어 발생하는 질환인 쿠싱증후군 역시 고혈당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염성 질환에 걸리면 아드레날린,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CODIV-19)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 고혈당이 발생하거나 당뇨병이 발병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일반인들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관련된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요. 중국 우한의 한 병원에 입원한 3,711명의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1.6%가 새로 발병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43개국 4,373명의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14.4%가 새로 발병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의 한 센터에서 코로나 감염으로 입원한 3,8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전체 코로나 감염자 중 49.7%에서 혈당 상승을 보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혈당을 상승시키고 당뇨병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염증, 산화 스트레스, 면역 체계 기능 장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를 감염시켜 인슐린 생산을 떨어트린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당뇨병이 아니어도 혈당은 일시적으로 정상범위를 벗어나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혈당은 우리가 평소 먹는 음식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코로나의 상황같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활동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식하거나 탄수화물이나 당분 함량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의 진단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간 이어지는 고혈당은 그 자체로 각종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특히 현재 당뇨병이 없더라도 비만이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한다면 꾸준한 혈당 검사를 통해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식습관과 운동 등 평소 생활 습관을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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