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설탕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빵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혈당 조절에는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글루텐 프리 빵은 혈당 조절이 목적이 아니고 글루텐 성분이 문제가 되는 사람을 위한 빵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혈당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빵을 먹을 때 영양 성분을 확인하고 식사 순서와 같이 먹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면 가능한 혈당 상승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빵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돈키호테’를 쓴 위대한 작가, 세르반테스가 한 말입니다. 실제로 탄수화물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일시적으로 좋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달콤한 빵은 누군가에겐 행복감을 주고 슬픔을 견딜 수 있게 해주지만, 혈당 조절이 중요한 누군가에게 빵의 존재는 슬픔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혈당 관리를 위해서 무조건 빵을 멀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 때문에 혈당 관리가 필요한 빵돌이와 빵순이들이 빵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설탕(단맛)이 적은 빵
설탕을 넣지 않은 빵이라고 해서 반드시 혈당이 적게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혈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는 사실 탄수화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빵을 만들 때 설탕을 넣지 않더라도 밀가루를 많이 써서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면, 그 빵은 혈당을 많이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밀가루와 소금, 이스트와 물만 넣어 만드는 플레인 베이글은 무설탕 빵이지만, 탄수화물 함량이 높기 때문에 혈당이 적게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빵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기 때문에 혈당 관리를 하는데 아주 좋은 선택지는 아니지만, 빵을 고른다면 디저트 용도로 만들어진 단맛이 많이 나는 빵은 특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넛처럼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설탕이 많이 들어간 빵이나 팥앙금, 초콜릿, 과일 등이 토핑 또는 필링용 재료로 듬뿍 들어간 빵은 당뇨병 환자들이 가능한 피해야 하는 종류입니다. 그리고 설탕 대신 유기농 설탕, 비정제 설탕(원당, 사탕수수당)을 넣은 빵의 경우에도 혈당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2. 밀가루 vs 통밀/호밀/쌀가루/아몬드가루
혈당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종종 밀가루 대신 다른 곡물가루를 활용한 빵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밀이나 호밀가루, 쌀가루, 또는 아몬드가루로 만든 빵은 일반 밀가루 빵보다 좋은 선택일까요?
먼저 탄수화물 함량이 같더라도, 식이섬유와 단백질, 지방 함량이 많을수록 혈당은 천천히 상승합니다. 아몬드가루는 탄수화물 함량이 적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지방 함량이 많기 때문에 다른 곡물가루보다 혈당을 덜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지방 함량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높아진 혈당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릴 수 있으며, 다른 곡물가루에 비해 칼로리가 높아 적당히 먹지 않으면 체중 증가의 위험이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혈당 조절 능력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통밀가루와 호밀가루는 밀가루보다 탄수화물 함량이 적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이 높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레시피로 빵을 만들었을 때, 통밀빵과 호밀빵이 일반 밀가루빵에 비해 혈당이 덜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쌀가루로 만든 빵은 밀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혈당 측면에서 밀가루로 만든 빵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100g 기준 | 밀가루(중력) | 통밀가루 | 호밀가루 | 쌀가루 | 아몬드가루 |
---|---|---|---|---|---|
열량(kcal) | 375 | 365 | 324 | 343 | 622 |
탄수화물(g) | 76.64 | 71.5 | 75.8 | 78.5 | 16.2 |
당류(g) | 0 | 0 | 0.9 | 0.1 | 0 |
식이섬유(g) | 2.7 | 3.7 | 12.9 | 0.6 | 9.3 |
단백질(g) | 10.34 | 11.9 | 8.5 | 6.2 | 26.2 |
지방(g) | 1.01 | 1.6 | 1.6 | 0.9 | 50.2 |
3. 글루텐 프리 빵
최근 다이어트 또는 건강을 위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글루텐 프리 빵 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루텐 프리는 정말로 혈당을 덜 올릴까요?
먼저 글루텐은 밀가루와 물이 섞여서 반죽이 될 때 밀가루에 함유된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결합하여 생기는 불용성 단백질 성분입니다. 흔히 빵을 부풀어 오르게 하고 쫄깃한 식감을 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글루텐 프리를 위해 단순히 이 단백질 성분을 빼게 되면 그만큼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져 혈당지수(GI)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쫄깃한 식감을 위해 글루텐의 대체품으로 옥수수 전분, 쌀가루, 감자전분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탄수화물의 함량을 높여 결국 혈당을 더 올리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모든 글루텐 프리 빵이 혈당을 더 올리는 것은 아니고, 글루텐 단백질이 빠진 만큼 식이섬유와 유청 단백이나 대두단백과 같은 다른 단백질 등을 첨가해 영양적인 부분이 잘 고려되어 있다면 혈당을 덜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만성 소화장애나 글루텐 민감성/불내성일 경우, 또는 유전질환인 복강병(Celiac disease)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글루텐 프리 식단을 따라야 하지만,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해 또는 당뇨병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섣불리 글루텐 프리 식단을 따라가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4. 빵을 먹을 때 혈당을 덜 올릴 수 있는 팁
빵을 먹게 된다면 아래 팁을 잘 고려해 어떤 빵을 먹을지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적당히 먹기
소보로빵이나 단팥빵, 크루아상, 베이글 등 주먹 크기만 한 빵 1개의 칼로리와 탄수화물 함량은 즉석밥 1공기와 맞먹습니다. 마들렌이나 휘낭시에, 까눌레 등과 같은 작은 빵들도 2개 정도면 즉석밥 1공기와 비슷합니다. 포만감과 상관없이 본인의 건강 상태와 기초대사량을 고려해 적당히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양성분표시, 원재료 확인하기
빵을 고르기 전 영양성분표시를 확인하고 고릅니다. 탄수화물 양이 적을수록, 식이섬유와 단백질, 지방량이 많을수록 혈당을 덜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원재료를 확인해 설탕, 잼, 과일 등이 많이 첨가된 빵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 순서 바꾸기: 채 > 단 > 빵
빵과 다른 메뉴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채소 → 단백질 → 빵 순서로 먹습니다. 예를 들어 브런치 메뉴로 약간의 샐러드와 베이컨, 달걀 프라이, 빵이 있다면 샐러드를 먼저 먹고 그다음 베이컨과 달걀 프라이, 그리고 빵 순서로 먹습니다. 그리고 빵을 먹기 전에 견과류를 조금 먹거나 단백질이 풍부한 계란, 흰 우유, 두유(무가당), 그릭요거트를 먼저 먹는 것만으로도 혈당을 덜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함께 하면 혈당을 덜 올릴 수 있는 음식
빵을 먹을 때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나 약간의 지방을 곁들이면 빵만 먹을 때보다 혈당을 덜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인베이글만 먹는 것보다 채소와 치즈, 저지방 햄 등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가 혈당을 덜 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빵과 함께 올리브오일, 크림치즈, 버터, 땅콩버터, 생크림, 과카몰리 같은 지방을 곁들여도 혈당을 덜 올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혈당은 덜 올릴 수 있어도 섭취하게 되는 칼로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체중 증가는 결국 혈당 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함께 하면 혈당을 더 올릴 수 있는 음식
총 탄수화물이나 당 섭취를 늘릴 수 있는 음식은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설탕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과일주스,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달콤한 맛이 나는 모든 음료, 오트라떼와 같은 음료와 모든 과일잼(무설탕이더라도), 연유, 꿀, 단맛의 시럽은 당 섭취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고 밤, 고구마, 감자, 과일, 떡, 각종 앙금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재료를 넣은 빵도 혈당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빵은 식사 대용으로 먹기에도 간편하고 디저트용으로도 포만감과 만족감을 주기에 좋아 인기가 많은 식품 중 하나입니다. 특히 먹음직스럽고 예쁘게 장식된 디저트들은 언제나 입맛을 돌게 하는데요. 당뇨병 환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당뇨병이 없어 혈당 관리에 걱정이 없는 사람들만큼 먹고 싶은 빵을 다 먹어서는 안 되겠지만 아예 먹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 드린 내용을 참고해 최대한 혈당을 덜 올리는 빵을 선택해 보거나, 빵을 먹은 날에는 다른 식사에서 밥의 양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혈당을 꾸준히 측정하면서 혈당을 지나치게 많이 올리지 않는 선에서 먹을 수 있는 적절한 양을 파악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참고문헌
Romao B, et al. Romao, Bernardo, et al. Glycemic index of gluten-free bread and their main ingredien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oods, 2021;10(3): 506. doi: 10.3390/foods10030506. PMID: 33673401
Haupt-Jorgensen M, et al. Possible prevention of diabetes with a gluten-free diet. Nutrients, 2018, 10(11): 1746. doi: 10.3390/nu10111746. PMID: 33673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