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1. 나이가 들면 혈당을 조절하는 대사 능력이 떨어져 혈당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증가합니다.
2. 중장년부터 노년기의 당뇨병 환자는 다양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황에 맞는 처방과 관리를 해야 합니다.
3. 나이가 들수록 혈당 관리를 위한 식사 조절을 필수적이고 일주일에 150분 정도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추천합니다.
모든 생물은 나이를 먹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결국 늙어가는 것, 즉 ‘노화’를 뜻하는데 이는 성인기부터 시작되는 점차적이고 지속적인 자연적 변화입니다. 특히 인간은 중년의 초기부터 많은 신체적 기능들이 서서히 저하하기 시작하는데, 혈당과 관련된 신체 작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화와 혈당은 어떤 관계가 있고 노화로 인한 당뇨병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1. 노화와 당뇨병
나이가 들면 혈당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증가합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는데, 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는 40대 이후에 많아지기 시작하고, 만 19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이 13.9%에 비해 65세 이상 성인에게서는 30.1%로 크게 증가합니다.
그리고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나이가 들면 혈당을 조절하는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데, 노화로 인해 혈당 조절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비만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젊은 성인의 당뇨병 발생 기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상 체중의 노인에서 발생하는 혈당 대사 능력 저하는 체내의 모든 세포 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지방 조직에 면역세포의 일종인 T 조절 세포가 점차 쌓이고 자연스러운 염증 반응을 지나치게 억눌러 인슐린 저항성을 야기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호르몬에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면서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그 외에도 노화의 과정 자체만으로도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는 전체 췌장 세포의 1%로 매우 적습니다. 베타세포의 수는 생후 5세 이전에 결정되며, 그 이후부터는 숫자에 거의 차이가 없고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기존 베타세포의 재생 능력이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점차 감소해 당뇨병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노화로 인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당뇨병은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장년을 거쳐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2형 당뇨병이 있으면 뇌의 노화가 약 26% 가속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형 당뇨병이 있으면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인지 기능이 더 빨리 나빠진다는 뜻입니다. 뇌의 노화는 보통 중년에 시작되는데, 영국에서 2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형 당뇨병 환자는 같은 연령의 건강한 사람보다 뇌의 집행 기능이 13.1%, 처리 속도는 6.7% 더 약해졌습니다.
2. 노화로 인한 당뇨병 예방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감소처럼, 자연스러운 노화의 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슐린 감수성은 식사, 운동과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노화에 따른 당뇨병도 예방하거나 조절이 가능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평소 건강검진 등을 통해 당뇨병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빠르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에 걸리면 당뇨병의 전형적 증상인 다뇨, 다음, 다식이 나타나지 않고, 피로감 같은 모호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거나 진단 당시 이미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이나 협심증, 뇌졸중 등 다른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평소 컨디션의 변화나 몸 상태의 변화가 있을 때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다양한 질병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중장년부터 노년기의 당뇨병 환자는 나이를 넘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집단입니다. 이미 청년기에 당뇨병을 진단받고 오랜 기간 관리해 온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들고 나서야 새롭게 진단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노화로 인한 동반 질환이 많아 동시에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 관리를 할 때는 각각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처방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3. 나이 들수록 지켜야 하는 식사와 운동 관리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서 혈당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나이가 들수록 혈당 관리를 위한 식사 조절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신체 상태나 혈당 관리 목표, 당뇨병을 앓아온 기간 등을 고려해 개별화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고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제때 식사를 하지 않거나, 떡, 과일 등 주전부리로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도 잦은데 이럴 경우 고혈당과 저혈당이 반복되고 혈당의 변동성이 커져 혈당 조절이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골고루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노인의 경우 근육량 감소, 노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혈당 관리를 할 때 운동이 중요한 생활 습관인 것은 부인할 여지가 없으나, 특히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 운동이 청·장년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다만,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정상인 노인 환자는 청·장년과 동일하게 일주일에 150분 정도 중등도 강도의 유산소운동(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을 권고하며, 금기가 없다면 근력운동(아령, 근력 트레이닝, 탄력 밴드 등)도 병행하도록 권고합니다.
운동은 비단 당뇨병 조절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당뇨 환자가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전체 치매 18%, 알츠하이머 15%, 혈관성 치매 22%씩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4. 노년기의 당뇨병 관리
노년기에 접어들 때 혈당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노인 환자의 당뇨병은 혈당 수치의 큰 변동이나 저혈당을 피하고, 고혈당과 이로 인한 증상을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청, 장년층과 달리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기대여명이나, 인지기능, 동반 질환, 신체적 기능 상태, 개인적 선호도 등을 고려해 개별화된 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동반 질환이 적고 기능 상태나 인지기능이 정상인 경우에는 당화혈색소 치료 목표를 7.5% 미만으로, 동반 질환이 많거나 인지기능 장애, 기능적 의존이 있는 경우에는 8.0~8.5% 미만으로 권고합니다.
노인은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가 많으며,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서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저혈당에 빠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노인에서 연속혈당측정기가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당뇨병 환자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한 결과, 저혈당으로 내려갔던 시간이 73분에서 39분으로 34분 감소하였지만, 일반 자가혈당측정기(BGM)를 사용한 그룹에서는 매우 작은 변화만 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는 노인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했을 때 저혈당으로 내려가는 시간은 감소시키면서 치료 목표 안에서 혈당이 유지되는 시간은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노인에게 혈당 측정은 혈당조절과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길 기원합니다. 장수마을이나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 등을 연구하기도 하고 수명 연장 과학 기술이 연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누구나 주어진 수명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피할 수 없지만 평소에 식습관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건강하게 노후를 준비하는 일입니다.